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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

Diary

by Kim:ga-on 2021. 1. 3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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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할 일을 찾고, 자신을 위해서 공부를 하고, 생활을 위해 집안일도 하고, 내일 입을 옷을 위해 세탁기를 돌린다. 매일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아질 수 있을 지 고민하고, 계획도 세워보기도 하고, 시간을 쪼개본다. 가끔 지치면 잠깐 유튜브를 보거나 결제한 웨이브를 틀어 라이브 방송을 보거나, 애니메이션을 챙겨본다. 그리고 다시 일을 한다.

 

매일은 이렇게 이루어지고, 매일은 이렇게 쌓여간다. 매일이 쌓이면 한달이 되고, 한달이 두달이 되고, 두달이 일년이 된다. 늘 이런 일상을 살아간다. 매일 매일 그렇다. 그렇지만 그런 휴식들은 찰나고, 일하는 시간은 길다. 계속해서 반복이 되면 알게 모르게 누적된 피로들은 점점 커진다. 한달, 두달, 네달, 여섯달, 일년, 그렇게 지내다보면 피로는 어느샌가 커다랗게 커진 몸으로 일상을 삼켜버린다.

 

그렇게 일상은 없어진다. 쌓아온 시간이 몇년이든 몇달이든 순식간에 없어져버린다. 마치 원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무너진다. 그 순간은 굉장히 무기력해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갈고 닦아온 의욕이 무너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렇게 되면 거짓말처럼 이전의 생활은 기억나지 않는 것이다. 어떻게 할일을 찾았는지, 어떤 생각으로 공부를 했었는지, 어떻게 집안일을 했는지, 갑자기 한번도 해보지 않은 것처럼 변해버린다.

 

그 감각은 낯설다. 했던 일이 서툴어지는 건 생각보다 충격적이다. 그러면 사람은 무기력하게 변한다. 기억에는 능숙했었는데, 이런 일은 조금도 귀찮지 않았는데, 피곤하지 않았는데, 지금의 모습과 생각은 달라서 하나 둘 놓아버린다. 그러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된다. 하던 일도, 직장도, 사람과의 교류도 순식간에 무너진다. 점점 자신만의 세계에 갇히게 된다. 

 

그건 좋지않은 신호다. 점점 스스로를 내몰고 있는 행동이고 생각이다. 그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낯설어져버려서 알았을 땐 이미 늦은 후다. 어거지로 흩어진 의욕들을 모으고 붙잡아 길게 기워도 이 의욕사이클은 쉽게 다시 되돌아온다. 첫 의욕을 잃었을 때보다 더욱 빨리. 그리고 더 갈갈이 찢긴 의욕들을 붙잡아 기운다. 물론 의욕의 크기는 처음 기웠을 때보다 작은 걸 알지만 어쩔 수 없이 바느질을 한다. 다시 의욕을 잃는 순간이 오면 의욕은 더욱 작아질 것이라는 걸 안다.

 

계속 이렇게 반복해서 살면 언젠가의 의욕들은 다 사라지고 텅빈 나만이 남지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나는 오늘도 마음의 바늘을 든다. 의욕이 없다고 죽은 것이 아니고, 의욕이 없다고 내팽겨 칠 수 없고, 어쨌든 살아있다. 시간은 가고, 하루 이틀 언제까지고 의욕과 무기력을 탓할 순 없으니 작게 찢긴 의욕이라도 들고 하나 하나 바느질로 잇는다. 다시 언젠가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희망을 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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