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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op이야기

Diary

by Kim:ga-on 2020. 12. 28.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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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음악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일방적인 사랑이야기나 스토커적인 이야기, 혹은 클럽에서 너를 봤는데 제일 예뻤다, 혹은 나는 널 못잊는데 너는 어떻게 나를 잊느냐는 이야기 등은 나에게 전혀 공감이 되지 않았고, 판에 박힌듯한 상업적인 멜로디는 나를 매료시키지 못했다.

 

 평화로운 이야기가 좋았고, 비극적인 이야기가 좋았고, 사랑을 제외한 이야기들이 좋았다. 그래서 그런지 외국의 노래들로 눈을 많이 돌렸더랬다. 그 중에서도 j-pop에 시선을 많이 뒀었는데, 작게는 밴드, 혹은 가수, 혹은 어떤 그룹(신비주의컨셉의), 아니면 악단을 표방하는 것, 등등을 굉장히 좋아했었다.

 

 특히나 비극으로 끝나는 이야기들을 더없이 좋아했었는데, 그렇게 광적으로 빠져들었던 그룹이 유명한 'Sound horizon'이었다. 지금은 유명했지만 그당시에는 작은 인디그룹이었었다. 한국에서도 인지도가 없었다가 마비노기의 매드무비 제작자가 'Elysion (楽園幻想物語組曲) (엘리시온 (낙원환상이야기모음곡))' 음반의 ark를 영상에 삽입함으로써 국내에 유명해지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더 어렸을때 그 곡을 들어본 적이 있었는데, 듣고 나서 바로 인터넷 창을 꺼버림으로써 기억에서 없애게 되었다가 나중에 우연히 듣게되어 본격적으로 좋아했었다. 문제라면, 그당시에는 불법다운로드가 성행했고, 불법다운로드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을 시절이었다는 것이다. 전부 불법다운을 해서 들었었다, 6집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나중에서야 저작권 의식이 강화되고 이러한 행위들은 원작자에게 해가 되는 행동이며, 이득을 가로채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퍼지기 시작하면서 불법다운로드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사야하는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전까지는 이런 것들이 문제가 될리가 없다고 생각했었고, 혹은 생각조차도 하지 못했었고, 중학생의 일주일 3500원의 용돈으로는 살 수가 없었다.

 

 나중에 이러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을 땐 'Sound horizon'과 비슷한 음악관을 가진 少女病(소녀병, 이하 소녀병)이라는 그룹에 빠지게 되었다. 물론 반주는 취향이었지만 보컬분은 취향이 아니었어서 지켜보거나 음반을 다운로드 하는 둥 (물론 이것이 잘못된 생각이긴 했지만, 야후 옥션이라는 존재 자체를 몰랐었다. 이당시 소녀병은 코미케에서만 음반을 발매했었고, 최초로 발매한 음반은 2002년도쯤으로 이당시엔 초등학생이었다ㅠㅠ) 그렇게 그냥 그렇구나 흘려보낸 그룹 중 하나였었다.

 

그러다 2011년 초에 이 그룹이 메이저 데뷔를 하게 되는데, 그만 이 데뷔한 곡을 듣고 그대로 빠져버린 것이다! PV도 멋졌고, 반주부터 시작해서 그대로 빠져들어 버렸다. 이 당시에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해서 돈은 남았고, 밤새워서 국내에 들여오신 분이 남은 한정반을 팔아주시면서 최초로 시디를 가지게 되었다. 그날 얼마나 기뻤던지 하루종일 만세를 부르짖질않나, 뜯은 비닐 살며시 다시 끼워서 놓질않나 굉장히 애지중지했었었다. (물론 가사는 번역하지 못했다. 일본어를 그렇게 잘하는 편이 아니었어서) 그 이후로 음반을 사게 되었다.

 

2010년 12월에 발매한 음반인 잔향레기온의 공식 PV

 

첫번째로 애용했던 사이트는 "웁스시디(www.woopscd.net/shop/main/index.php)"였었다. 소녀병의 메이저 데뷔 전 앨범까지 있었으므로 검색하면 엥간해선 다 나왔고 (물론 한정반은 한참이나 놓쳤었다), 비싸긴 했었어도 구매대행을 몰랐던 시절이면 얼추 쓴다고 해도 싼값에 먹히곤 했었다. (그당시 지인들은 그게 더 손해라면서 다그치긴 했었지만, 알지도 못하는 구매대행을 하느니 안전하게 이렇게라도 음반을 손에 넣고싶었다.) 오죽 열심히 사댔으면 적립금이 아직도 7천원이 넘어간다.

 

 그런데 사람의 욕구란게 끊임없다고... 서있으면 앉고싶고 앉으면 눕고싶고 누으면 자고싶고 그런것아니겠는가. 그러다보니 한정반을 가지고싶은 욕구가 끊임없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소녀병의 한정반은 어나더자켓이라고해서 음반에 다른 자켓을 입힐 수 있는 것이었다. 다른 그림, 다른 일러스트, 이야기의 실마리를 볼 수 있었다. 다른 팬들이 어나더를 손에 넣었다 했을 때, 나도 가지고 싶어서 시샘을 했었더랬다. 그러다 보니 구매대행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소녀병 장월 에크레시아의 일반 자켓(왼쪽)과 어나더 자켓모습(오른쪽)

 

 처음엔 네이버 블로그로 시작해서 코미케 가는 사람이 대행으로 사주는 시스템을 알아보았으나, 내 물건이 누락된 걸 보고서 실망하여 제대로 된 구매대행을 알아보았다. 손쉽게 할 수 있고, 물건의 분실이 쉽사리 일어나지 않으며, 업체가 해주는 쪽으로 알아보았다. 그 결과 "재팬비드(www.japanbid.co.kr/)"가 나왔더랬다. 야후 일본 옥션에서 낙찰을 받을 수도 있고, 일반 상품을 대행받을 수도 있으며, 사이트 주소를 가지고 대신 사주는 등의 서비스를 했었다. 이당시 다른 2곳도 있었는데 그다지 믿음이 가지 못해서 재팬비드만 줄창 이용했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입찰은 싸더라도 물품구매의 1차 결제분, 2차 결제분이 있는 상황인 건 몰라서 나중에 앨범 낙찰가의 두배가 되는 돈을 입금했어야했을때 얼마나 눈물을 삼켰던지.. 그냥 작작 샀으면 될 일이었는데 음반을 가지고 싶다는 욕심에 그만, 그대로 이거저거 사버렸었다. 지금은 음반이 안나온지 3년쯤 되었을까, 이 그룹은 망했다는 결론이 났지만(ㅠㅠ) 그래도 기억 속에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정이 많이 가는 그룹이었다.

 

그간 모아온 소녀병의 음반들. 나중이라도 컴백할 것을 믿는다 ㅠㅠ

 

지금도 J-pop을 좋아하냐고 한다면? 예전만큼 좋아한다고 하진 못할 것 같다. 다만 한국에도 다양한 음악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다른 음악들도 가수 본연의 노력이 녹아나고 그 자신들의 감정이 녹아나 있으며 음악 또한 본연의 모습을 표방하는 것임을 알게 된 후로는 엄청나게 편식하진 않는다. 하지만 아직도 친해질 수 없는 음악들은 있다. 아이돌 노래라던가, 기계음이 들어가 있는 음악이라던가, 가사를 알아들을 수 없는 곡이라던가, 너무나도 상업적인 틀 그대로 가서 듣기가 지루한 곡이라던가. 그리고 이것들또한 j-pop에도 해당하는 것임을 안 이후로는 열광하진 않는다.

 

하지만 좋아하게 될 그룹을 만나면 어떻게 될지는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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