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핸드폰을 들어 ebook 책장을 열어봤다.
그런데 아, 사두고 보지 않았던 미움받을 용기가 보였다. 맞다. 이 책이 있었지. 차분히 찬찬히 읽어봤다.
우리는 모두 어떤 특정한 사람을 싫어할 수 있다. 이유는 다양하다. 생긴 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 눈치없이 상황마다 끼어드는 것이 싫어서. 아니면 깔보듯이 이야기하는 것이 싫어서. 말하는 게 재수없어서… 그런 이유들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자신이 미움받는 다는 것에는 민감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자기방어를 한다. 미움받기 싫어서 나의 문제점을 바깥으로 돌리고 속으로 끌어안는다.
그런 문제를 집어서 이야기해주는 책이 미움받을 용기다.
책의 전개는 다소 생소할 수 있다. 심리학자와 학생과의 대화로 문제점을 풀어나가는 방법을 쓰고 있다. 나는 서술이 이어진 책을 좋아해서 읽을 때 몇번이고 '이 책을 안사는게 좋지 않았을까?' 생각을 했었더랬다. 읽다보니 이 방법도 썩 나쁜 서술방식은 아니었지만. 다만, 서술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서점에서 살짝 읽어보고 사길 권하고 싶다.
우리는 모두 원인에 입각해서 생각한다. 예를 들면 어렸을 때 한 골목에서 폭력배에 둘러쌓여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그 사람은 그 골목 언저리를 지나갈 때마다 고통스러워 할 것이다. 그 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나니까. 아니면 폭력배한테 또 걸리진 않을까 무서워 할 것이다. 그러다가 점차 그 주위의 길을 가지 못하다가 점점 집 밖으로 나가길 꺼려할 수 있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왜냐면 '과거에 폭력배에게 끌려가서 맞았으니까 그 사람들이랑 마주치기 힘들거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게 앞뒤가 맞으니까!
하지만 이 책은 결과와 목적만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정말 책을 한 페이지 한페이지 넘길 때마다 정말 너무 힘들었다. 그 이유는 위의 예시로 설명해보자면, 그 사람이 안타까운 경험을 한 것은 사실이나 그 사람이 길의 근처에 가기 싫어한다는 건 그렇게 길의 근처로 가지 않음으로써 자기의 힘든 점을 표현하고 그럼으로써 자기가 그 길에 가지 않아도 되게끔 이용하기 위함이다. 과거의 트라우마도 사실은 자신이 원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드러내는 것이다. 자신의 목적을 위한 수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 책에서는 이걸 알고 있다면 인간은 누구든 쉽게 바뀔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설령 바뀌지 않는다면 닮고자 하는 사람을 부러워하고, 부러워 함으로써 자기의 자리를 확고히 하며, 자신이 생각하는 익숙한 대로만 움직이려는 것이다. 이게 결국 말하고자 하는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이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너무너무 괴로웠다.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던 것을 그대로 간파해낸 것 같아서 부끄러운 건 둘째. 원인이라는 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원인은 핑계! 결과와 목적만이 남는다! 라고 계속해서 설명하니 읽으면서 불편해질 수 밖에. 그렇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부분도 얼추 이해가 간다. 이 책을 완전히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내 생각을 안 것만 해도 나는 좋았다.
이 책은 자신과 대화하고 마주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만약 읽고자 하는 분들이 위로와 공감과 위안을 얻고자 한다면 이 책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자신에 대해 알고싶은 분, 자신과 대화하고 싶은 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분에게 추천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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